비트코인 단상 (Bitcoin 斷想) - '명분이 없다 아입니까. 명분이!'

Life|2017. 12. 11.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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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8~10일. 금요일부터 일요일 까지, 주말의 화제는 단연 '비트코인(Bitcoin / BTC)'이었다.


금요일 뉴스에서는 비트코인을 모르는 사람들도 혹할만한 금액과 함께 '사상 최고점'에 달했다는 소식을 앞다투어 올려댔고, 정확히 그 다음날 부터 목, 금요일의 장대양봉을 받아내는 하락이 이어졌으며 이 사실은 상승 뉴스 보다 더욱 자극적인 제목들로 실시간 검색어 및 뉴스 순위 상단을 차지하고 있었다.


현재 비트코인 차트(일봉)를 잠시 살펴보았다.




이름 다 가려놓고 차트로만 보면 이만큼 상승 왔으면 꺾어주는게 당연하다. 모양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차트 하나 더 보고 가자.



저점을 올리면서 꾸준히 상승하다가 가뜩이나 고점이라 생각되는 구간에서 장대양봉 두어방으로 불꽃쇼가 나왔으면, 주식이나, 선물이나, 비트코인이나 할 것 없이 일단 던지는 게 맞다. 물론 더 먹을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웃으면서 버티거나 반매도 후 대응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길게 보유하고 있어서 단가 조절이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고.


앞의 두 차트를 보면 크게 봤을 때 '에이, 뭐 이정도 가지고 한강가네 하면서 죽는소리를 다 하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개미들은 길게 보는 투자따위는 절대 하지 않는다. 상승이 무지막지하게 나왔고. 해외에서는 거래소에서 인정을 해주네 마네 하고, 전망도 좋아보이고, 뭐 이런저런 이유로, 지금 사도 오르겠다라는 생각에 요 며칠 달려든 사람들이......



이런 지옥을 맛보는 중인 것이다. 30분봉으로 금액과 맞춰서 보면 이 낙폭이 무서워 보일 것이다. 아니, 무서워야 한다. 2500만원에 달하던 가격이 단 3일 사이에 1400만원 까지 찍었다는 사실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이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있다면... 돈 많아서 부럽다. 돈 좀 주

ㅅ.................


여튼, 올해 초에 지인이 나를 보고 주식도 하는데 비트코인은 안하는지를 물었다. 본인은 비트코인 스터디 그룹에 들어가서 퇴근후에 공부를 하고 있노라고. 그때 나는, 비트코인은 나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굉장히 방어적인 포지션으로 매매를 하는데 비트코인은 거의 절벽 끝에서 눈 감고 양손을 편 재로 한 발을 들고 서 있는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어보인다고. 주식은 내가 잠을 자고, 밖을 돌아다녀도 컨트롤이 가능하고, 오일 선물은 10틱 정도의 짧은 포지션만 잡고 소액 매매만 하니 괜찮지만, 비트코인은 아니다. 스탑을 건다 쳐도 출렁이는 진동폭을 감당하지 못하고 손실만 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저런 부정적 관점의 설명을 한 뒤, 수개월이 지나고 지인의 수익은 수백%가 넘어있었다. 나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나는 비트코인을 그때 못잡아서 안타깝다느니 하는 생각은 먼지만큼도 들지 않는다.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상승때도 이 관점은 동일했다.


비트코인에 이미 몸을 담근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리고 내가 비트코인을 하고있지 않아서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 비트코인은 투자가 아닌 투기다. 주식만 봐도 95% 정도의 개미들이 손실을 보는 시장이다. 이것도 잘 쳐줘야 95%지, 실제로는 그보다 더 참혹하다. 진리를 하나 말해보자면, 주식이고 코인이고를 떠나서, 감당할 수 있는 폭에서 조금씩 오를때는 진입을 하지 않다가 시장의 눈이 집중되면 불나방처럼 몰려들고, 곧 찾아오는 하락폭을 그대로 받아먹는다.


투자에서는 올바른 관점에 올바른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남들이 다 사니까 사는 걸로는 깡통만 찰 뿐이다. 



'명분이 없다 아입니까, 명분이!'


대부분의 개인들은 이렇게 명분이 없이 달려든다. 혹시나, 비트코인을 하면서도 진입하거나 청산하는 가격에 대한 명분, 이를테면 해외 동향이나 비트코인 관련 정책등을 비롯하여 기술적 분석을 동반한 '명분이 있는 판단'이고 비트코인에 부은 돈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더라도, 잃은 이유에 대한 냉철한 복기가 가능하며, 코인 매수금을 제외한,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을 받지 않는 자금의 여유가 있다면 괜찮다. 종목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이 '투자'라고 생각하는 어디에라도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이 경우가 아니라면,


인생 한 방이라는 말도 있지만, 경험과 준비가 없이 한 방만을 노린다면, 좋은 쪽으로 한 방이 터질 일은 없을 것이다. 링 위를 계속 돌고 돌며 매 순간을 집중하며 틈을 살피고 잔 펀치로 가랑비에 옷 젖듯 상대의 체력을 조금씩 깎아내다가 모든 조건이 맞아 떨어질 때 비로소 날릴 수 있고, 먹히게 되는 것이 한 방이다.


새벽이라 글이 길어지네. 할 말은 다 했으니, 뭐 하나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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